
글 집수리 노트 · 공식 자료를 확인해 정리했습니다 · 2026-10-17 기준 · 편집 원칙
12월에 보일러가 멈췄는데 집주인이 일주일 넘게 수리를 미뤘다면, 그 기간 월세를 다 내야 하는가? 모텔에서 잔 비용이나 급히 산 전기히터 값은 누구에게 청구하는가? 첫 가동 시즌인 10월 중순부터 11월 사이에 고장이 몰리면서 이런 질문도 함께 늘어난다.
답부터 말하면 청구할 수 있다. 다만 월세 감액과 숙박비 같은 손해배상은 법적 근거가 다르고, 계산을 시작하는 날짜도 다르다. 이 둘을 섞어서 청구하면 집주인이 반박할 틈이 생긴다. 이 글은 두 청구를 나누는 기준과 실제 금액 계산법, 월세를 공제하다가 오히려 계약 해지 사유를 만드는 지점을 정리한다.

월세는 통지한 날부터 감액을 요구할 수 있고, 숙박비는 집주인이 수리를 미룬 날부터 청구할 수 있다. 두 청구는 근거가 서로 다르다.
목차
- 월세 감액과 손해배상은 근거가 다르다
- 계산 시작일은 고장일이 아니라 통지일이다
- 얼마를 감액하나: 난방·온수 중 무엇이 안 되느냐
- 계산 사례: 월세 60만원 원룸, 10일간 난방 불가
- 월세를 안 내고 버티면 생기는 일
- 합의가 안 될 때 가는 곳과 남겨둘 증거
- 핵심 요약
- 내 상황에선 무엇을 청구하나
월세 감액과 손해배상은 근거가 다르다

보일러는 임대인이 유지해야 하는 설비다. 민법 제623조에 따라 임대인은 목적물을 사용·수익에 필요한 상태로 유지해야 하고, 노후·자연 고장 수리는 원칙적으로 집주인 몫이다(부품별 부담 기준은 이 시리즈의 앞선 글에서 다뤘다). 난방을 못 한 기간에 세입자가 꺼낼 수 있는 카드는 두 가지다.
- 차임 감액·지급 거절: 대법원 1997. 4. 25. 선고 96다44778·44785 판결은 임대인이 수선의무를 이행하지 않아 목적물을 전혀 쓸 수 없으면 차임 전부를, 일부 지장이 있으면 그 지장의 한도에서 차임 일부를 거절할 수 있다고 봤다. 민법 제627조(일부 사용 불능 시 비율에 따른 감액)도 같은 방향의 근거로 쓰인다. 여기서 핵심은 '사용하지 못한 상태'이지, 집주인 잘못이 아니다.
- 손해배상: 숙박비, 전기히터 구입비, 늘어난 전기요금처럼 지출한 돈이다. 이것은 민법 제390조 채무불이행 책임이라서 집주인이 수리를 지체했다는 사실이 있어야 한다. 통지를 받은 당일 기사를 불렀는데 부품 수급 때문에 하루 이틀 걸린 경우라면 지체로 보기 어렵다.
그래서 같은 고장이라도 감액은 통지일부터, 손해배상은 '통상 수리에 필요한 기간이 지난 날'부터 계산하는 것이 방어하기 쉬운 설계다.
계산 시작일은 고장일이 아니라 통지일이다
민법 제634조는 임차물에 수리가 필요하면 임차인이 지체 없이 임대인에게 알리도록 하고 있다. 통지하지 않은 기간에 대해서는 집주인이 알 방법이 없었다고 다툴 수 있으므로, 실무에서 감액 기산일은 고장 날짜가 아니라 통지가 도달한 날로 잡는다.
- 전화로만 알렸다면 통화 직후 문자로 "○일 ○시 보일러 고장, 에러코드 ○○, 난방·온수 불가"를 다시 남긴다. 시각이 찍힌 기록이 기산일 증거가 된다.
- 관리인이나 중개사에게만 말한 경우, 그 사람이 집주인의 대리인으로 인정되지 않으면 통지로 보기 어렵다. 집주인 본인에게 직접 보내는 것이 안전하다.
- 전원 재시작·수압 확인 같은 자가 조치를 해본 기록과 에러코드 사진도 함께 남긴다. 세입자 과실이 아니라는 정황이 된다.
얼마를 감액하나: 난방·온수 중 무엇이 안 되느냐
감액 비율을 정한 법정 표는 없다. 판례 표현도 '지장의 한도'일 뿐이라서, 결국 어떤 기능을 얼마나 못 썼는지로 협상하게 된다. 판단이 갈리는 지점은 다음과 같다.
- 난방과 온수가 둘 다 안 되는 한겨울: 거주 자체가 사실상 어려운 상태다. 다른 곳에서 잔 날은 그 집을 전혀 쓰지 못한 날로 주장할 여지가 가장 크다.
- 난방만 안 되고 온수는 나옴: 전기히터로 생활은 가능한 수준이라 일부 지장으로 본다. 전액 거절은 과다 주장으로 몰리기 쉽다.
- 온수만 안 됨: 지장 정도가 가장 작게 평가된다. 감액보다 대중목욕탕 비용 같은 실비 청구가 현실적이다.
- 10월·3월처럼 난방이 필수가 아닌 계절: 같은 고장이라도 지장 정도가 낮게 평가된다.
숙박비를 받는 날과 감액하는 날이 겹치면 '같은 손실을 두 번 받는다'는 반박을 부른다. 숙박한 날은 숙박비로, 집에서 버틴 날은 감액으로 나누면 이중 청구 시비를 피할 수 있다.
계산 사례: 월세 60만원 원룸, 10일간 난방 불가

월세 60만원 원룸 세입자 A씨의 상황을 가정해 계산한다.
- 12월 10일 밤 보일러가 멈췄다(난방·온수 모두 불가). 같은 날 밤 집주인에게 문자로 통지했다.
- 집주인은 12월 12일까지 응답이 없었다. 이 기간 동안은 전기히터를 4만원에 사서 버텼다.
- 12월 12일부터 3박은 모텔에서 지냈다(1박 6만원, 합계 18만원).
- 12월 15일에야 기사가 왔고 부품 대기 끝에 12월 20일 수리가 끝났다. 15일부터 19일까지는 다시 집에서 히터로 지냈다.
날짜별로 나누면 이렇다.
- 일할 차임: 60만원 ÷ 30일 = 하루 2만원
- 집에서 버틴 날 7일(10·11일, 15~19일)을 감액 대상으로 잡는다. 히터로 생활은 됐으므로 지장 비율을 50%로 가정하면 2만원 × 7일 × 50% = 7만원이다. 50%는 법정 비율이 아니라 협상 출발점으로 잡은 값이다.
- 숙박 3박: 영수증 기준 실비 18만원. 이 3일은 감액 대상에서 뺀다.
- 전기히터 4만원: 집주인 무응답 기간에 산 것이라 지체로 생긴 손해로 주장할 수 있다.
합계 29만원이다. 이 금액을 근거 내역과 함께 문자로 보내고, 다음 달 월세에서 공제하는 데 동의를 받는 것이 가장 깔끔하다. 첫 이틀(10·11일)은 집주인이 지체했다고 보기 어려운 구간이라, 히터값을 다투면 이 부분이 먼저 깎일 수 있다.
월세를 안 내고 버티면 생기는 일

감액 청구가 정당해도 금액을 세입자 혼자 정해서 월세를 통째로 안 내면 문제가 된다. 판례가 허용한 범위는 '지장의 한도'까지다. 그 범위를 넘어 미지급한 부분은 차임 연체로 평가될 수 있고, 민법 제640조는 연체액이 2기 차임에 이르면 임대인이 계약을 해지할 수 있게 한다.
- 위 사례에서 A씨가 다음 달 월세 60만원 중 29만원만 빼고 31만원을 낸다면, 미지급분이 1기 차임에도 못 미쳐 해지 사유가 되지는 않는다. 다만 29만원을 두고 분쟁은 남는다.
- 반대로 "고장 났으니 두 달 월세 안 낸다"는 식으로 대응하면, 감액 주장이 일부만 인정돼도 나머지가 연체로 쌓여 2기에 가까워진다.
- 공제 전에 "○월분에서 ○○원 공제하겠다, 내역 첨부"를 문자로 통보하고 남은 월세는 기한 안에 이체한다. 이체 기록이 성실 지급 증거다.
합의가 안 될 때 가는 곳과 남겨둘 증거

집주인이 공제를 거부하면 주택임대차분쟁조정위원회에 조정을 신청할 수 있다. 대한법률구조공단(www.klac.or.kr), LH, 한국부동산원이 지역별로 운영하며, 수선의무와 차임 감액 다툼은 조정 대상에 들어간다. 조정이 결렬되면 청구액 3,000만원 이하라서 소액사건심판으로 진행할 수 있다. 조문 원문은 국가법령정보센터(www.law.go.kr)에서 민법 제623조·제627조·제634조·제640조로 확인한다.
- 기사 진단서에는 고장 원인을 꼭 적어 달라고 요청한다. '노후 부품 마모'라는 문구 하나가 세입자 과실 논쟁을 끝낸다.
- 동파처럼 세입자 관리 소홀이 원인으로 판정되면 감액도 손해배상도 청구하기 어렵다. 외출모드를 껐거나 장기간 전원을 내렸다면 먼저 그 부분을 따져 본다.
- 계약서 특약에 "보일러 수리는 임차인 부담"이 있더라도, 판례는 이를 소규모 수선에 한정해서 해석하는 경향이 있다. 본체 교체급 고장까지 세입자에게 넘기는 특약으로 보기는 어렵다.
핵심 요약
- 월세 감액은 집주인 잘못이 없어도 사용하지 못한 상태만 있으면 주장할 수 있고, 통지가 도달한 날부터 계산한다(96다44778, 민법 제627조).
- 숙박비·히터값 같은 손해배상은 집주인이 수리를 지체한 날부터 청구할 수 있다(민법 제390조).
- 숙박한 날은 실비로, 집에서 버틴 날은 감액으로 나눠 이중 청구 시비를 피한다.
- 합의 없이 월세를 통째로 미지급하면 연체로 몰리고, 2기 차임에 이르면 해지 사유가 된다(민법 제640조).
- 합의가 안 되면 주택임대차분쟁조정위원회, 그다음 소액사건심판(3,000만원 이하) 순서로 간다.
내 상황에선 무엇을 청구하나
- 집주인이 통지 당일 기사를 불렀고 부품 대기로 2~3일 걸렸다면 감액만 청구하는 쪽이 낫다. 이 경우 지체가 없어 손해배상 근거가 약하다. 반면 감액은 집주인 잘못이 없어도 통지일부터 성립한다. 숙박비까지 청구하면 오히려 협상이 길어진다.
- 집주인이 무응답·지연으로 수리가 며칠 이상 밀렸다면 감액과 실비를 날짜별로 나눠 함께 청구한다. 지연된 구간은 민법 제390조 손해배상이 성립한다. 다만 지체 전 첫 하루 이틀분 지출은 깎일 수 있다는 점을 계산에 반영해 둔다(사례에서 10·11일 구간).
- 공제를 통보할 때는 공제액이 1기 차임보다 적어야 한다. 사례처럼 60만원 중 29만원만 공제하고 나머지를 기한 안에 내면 감액이 일부만 인정돼도 해지 사유로 번지지 않는다. 금액 결정권이 세입자에게 넘어오는 대신 분쟁은 남는다는 것이 대가다. 금액을 확정받는 것이 먼저라면 공제 대신 조정 신청이 낫지만, 그만큼 돈을 늦게 받는다.
- 온수만 안 됐거나 난방이 필수가 아닌 계절이었다면 감액보다 실비 청구가 현실적이다. 지장 정도가 작게 평가돼 감액 비율 다툼에서 얻을 게 적다. 영수증이 있는 목욕탕비 같은 지출은 액수가 명확해서 다툼이 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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